부모님이 평소 혈당 관리를 하고 계셔서 저당밥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동생이 부모님께 저당밥솥을 하나 사드렸어요. 그런데 사용하다 보니 엄마가 밥이 조금 푸석푸석하다고 하셔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계십니다.
그러다 제가 이용하는 공구마켓에서 다른 방식의 저당밥솥을 보게 됐어요.
판매페이지를 보니 탄수화물을 줄여준다고 되어 있어서 부모님께 하나 더 사드렸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당밥솥이 밥에서 전분을 빼내는 원리는 알겠는데, 정말 일반밥보다 혈당이 덜 오르는 효과가 있을까?
판매업체에서 이야기하는 감소율 말고 실제로 사람에게 일반밥과 저당밥을 먹이고 혈당을 비교한 자료가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모님이 사용해본 두 가지 저당밥솥의 차이와 함께, 저당밥솥의 원리와 실제 연구 결과까지 찾아봤습니다.
저당밥솥은 어떤 원리일까?
저당밥솥을 처음 보면 일반 밥솥과 가장 다른 부분이 내솥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사용한 제품들도 형태는 다르지만 밥을 담는 부분에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는 구조였습니다.

저당밥솥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쌀의 전분이 녹아 나온 물을 밥과 분리하는 방식으로 탄수화물 함량을 낮추는 원리를 사용합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서도 저당밥솥은 많은 물을 이용해 쌀의 전분을 물에 녹여낸 뒤 전분이 포함된 물을 밥과 분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전분물을 위쪽으로 분리하는 방식과 아래쪽으로 빼내는 방식 등 구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당밥솥 안쪽에 일반 밥솥에서는 볼 수 없는 타공 내솥이나 물을 분리하는 공간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사용한 저당밥솥, 밥맛은 어땠을까?
부모님이 처음 사용했던 저당밥솥은 남동생이 사드린 생활민서 4세대 저당밥솥입니다.
일반적인 전기밥솥처럼 본체가 있고 그 안에 구멍이 촘촘하게 뚫린 스테인리스 내솥을 넣어 사용하는 형태였습니다.

엄마는 이 제품으로 지은 밥을 먹어보니 평소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에 비해 조금 푸석푸석하게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몇 번 사용해보셨지만 이런 식감이 엄마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계십니다.
다만 밥맛과 식감은 쌀의 종류나 물의 양, 조리 방법, 개인 취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품 자체의 밥맛이 좋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저희 엄마가 사용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두 번째로 사용한 저당밥솥은 어땠을까?
그러다 제가 이용하는 공구마켓에서 BNS 칼로라이트라는 제품을 보게 됐습니다.
이 제품은 앞서 사용했던 전기식 저당밥솥과 달리 전자레인지로 밥을 짓는 방식이었어요.
가격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부모님께 다시 한번 사드렸습니다.

안쪽을 열어보면 이 제품 역시 밥을 담는 부분에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습니다.

직접 밥을 지으면 이런 모습입니다.

두 제품으로 지은 밥을 모두 먹어본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밥맛은 두 번째로 사용한 칼로라이트 쪽이 처음 제품보다 낫다고 하셨어요.
그렇다고 일반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보다 맛있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엄마 기준으로는 일반 전기밥솥 밥이 가장 입맛에 맞았고, 두 가지 저당밥솥 중에서는 칼로라이트로 지은 밥이 상대적으로 더 먹기 괜찮았다고 합니다.
밥맛은 워낙 개인차가 큰 부분이기 때문에 두 제품의 객관적인 성능 차이라기보다는 저희 부모님이 실제 사용하면서 느낀 경험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당밥솥,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사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이것이었습니다.
저당밥솥 판매페이지를 보면 탄수화물이나 당을 상당히 많이 줄여준다는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칼로라이트 역시 당시 판매자료에서 탄수화물 최대 49.3% 감소, 칼로리 43.9% 감소라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사용했던 생활민서 제품 역시 판매페이지에서 당 감소 수치를 안내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숫자를 보고 나니 오히려 궁금해졌습니다.
밥의 탄수화물이 줄어드는 것과 실제로 그 밥을 먹었을 때 혈당이 덜 오르는 것은 같은 이야기일까?
그래서 저당밥솥으로 지은 밥을 실제 사람이 먹은 뒤 혈당을 측정한 연구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실제로 일반밥과 저당밥을 먹고 혈당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어요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13명을 대상으로 저당밥솥으로 조리한 밥과 일반밥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저당밥은 일반밥보다 탄수화물이 약 19%, 열량이 약 20% 적게 측정됐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밥을 먹은 뒤 0분부터 120분까지 여러 차례 혈당을 측정했는데, 같은 중량의 백미를 먹었을 때 저당밥 쪽에서 식후 15분과 30분의 초기 혈당 상승이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건강한 성인에게 일반 밥솥과 전분을 제거하는 밥솥으로 각각 지은 밥을 150g씩 먹게 했습니다.
그 결과 평균 혈당이 30분에는 일반밥 약 137mg/dL, 저당밥 약 120mg/dL였고, 60분에는 각각 약 123mg/dL와 111mg/dL로 저당밥 쪽이 낮았습니다. 다만 인슐린 수치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당밥솥이 단순히 업체에서 만들어낸 원리만 있는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전분을 일부 분리해 밥의 탄수화물을 줄이고, 같은 양의 밥을 먹었을 때 초기 식후혈당 상승을 낮출 가능성은 실제 소규모 인체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혈당이 49% 덜 오른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서 볼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의 판매자료에는 탄수화물 최대 49.3% 감소라는 수치가 나오지만, 이것을 보고
“이 밥을 먹으면 혈당도 49.3% 덜 오른다”
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탄수화물 함량 감소율과 사람이 밥을 먹은 뒤 나타나는 혈당 변화율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연구에서 사용한 저당밥솥은 저희 부모님이 사용하는 제품과도 다릅니다.
실제 연구에서 확인된 탄수화물 감소량도 약 19%로, 제가 본 판매페이지의 최대 49.3%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품마다 표시된 감소율은 각 제품이 제시하는 시험조건과 결과를 확인해서 봐야 하고, 서로 다른 제품의 숫자만 놓고 어느 제품이 더 효과가 좋다고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당밥이니까 더 많이 먹어도 될까?
이 부분도 찾아보면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는 일반밥과 저당밥을 같은 무게로 먹는 경우뿐 아니라, 저당밥의 양을 늘려서 섭취하는 탄수화물 양을 일반밥과 같게 맞춘 경우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무게를 먹었을 때 나타났던 저당밥의 초기 혈당상 이점이 탄수화물 섭취량을 동일하게 맞춘 비교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저당밥이니까 평소보다 많이 먹어도 괜찮겠지”라고 밥의 양을 늘려버리면 저당밥을 먹는 장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당밥솥을 사용하더라도 결국 먹는 밥의 양 자체도 중요하다는 얘기겠죠.
직접 사용해본 뒤 내가 내린 결론
부모님이 두 종류의 저당밥솥을 사용하면서 저도 처음에는 단순히 ‘전분물을 빼니까 당이 줄어드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판매페이지에서 꽤 높은 감소율을 보고 나니 정말 사람이 먹었을 때도 혈당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관련 연구를 찾아보니 저당밥솥으로 조리한 밥에서 실제로 탄수화물이 줄었고, 같은 양의 일반밥과 비교했을 때 초기 식후혈당 상승이 낮게 나타난 연구도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확인한 연구들은 참여자 수가 많지 않았고, 제품마다 구조와 조리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저당밥솥이 같은 효과를 낸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특히 제품에 적힌 당 감소 58%, 탄수화물 최대 49.3% 감소 같은 숫자를 실제 혈당 감소율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요.
저희 부모님처럼 밥을 자주 먹으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경우에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저당밥솥만 사용하면 혈당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도 같이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사용해보니 효과만큼 중요한 게 밥맛이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엄마가 밥이 푸석푸석하다고 느껴 결국 사용하지 않게 됐고, 두 번째 제품은 그보다는 밥맛이 괜찮다고 하셔서 현재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도 밥맛이 입에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소용이 없으니까, 저당밥솥을 고를 때는 저당 원리나 감소율뿐 아니라 실제 밥의 식감과 조리 편의성도 함께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